👵 ‘개방극장’의 <강화예술로> 참여자 이정자 님은 1945년 평안북도에서 태어나 강화에 정착한 지 50년이 넘었다. 강화에 대한 애정과 연극에 대한 열정으로 2014년부터 시니어 극단 ‘풀무’로 활동하고 있다. 뉴스레터 !ng 34호는 강화가 품은 이야기가 연극이 되고, 강화의 삶이 예술이 되는 이야기다.

안녕하세요, 저는 <강화예술로> 참여자이자 시니어 극단 ‘풀무’의 단원 이정자라고 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무대에 서는 걸 좋아했어요. 선생님들이 목소리가 좋다, 감정이 좋다, 잘한다고 칭찬하는 말들이 좋았죠. 학예회를 하면 무조건 앞에 나갔어요. 그래서 연극 무대에 오를 기회가 생겼을 때 정말 반가웠죠.

2014년부터 연극을 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자주 가던 노인복지관에 우리 연극반을 좀 만들어주면 안 되겠냐고 건의를 했어요. 그렇게 연극을 시작해서 3년 동안 했어요. 복지관의 지원이 끝나자 연극을 다시 할 방도가 없어졌죠. 단원들끼리만 꾸려서 연극을 올리기는 아무래도 힘드니까요.

그렇게 한참 연극을 하고 싶어 하다가 ‘개방극장’ 길덕호 감독님과 좋은 인연으로 만나 <강화예술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저희가 연극을 너무 하고 싶어 하니까 감독님이 처음에는 수업료를 받지 않겠다고 하셨어요. 그래도 저희가 너무 마음이 쓰여 조금씩이라도 돈을 모아 드리려고 했는데, 다행히 인천문화재단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고, 걱정하지 마시라고 감독님이 전화를 주셨어요. 너무 기뻤죠.

지금은 햇수로 3년째 길 감독님과 연극을 올리고 있어요. 첫 번째 했던 연극은 노년의 삶에 대한 이야기였죠. 부유한 할머니가 나오고, 아들과 딸이 등장해요. 할머니는 재산을 사회 기부한다고 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자식들은 어머니의 재산을 받기 위해서 회유도 하고 화도 내죠. 그 과정에서 할머니는 자식들과 많은 대화를 하게 되고 결국 다시 가족이 화합하는 이야기에요. 저는 할머니 역할을 했었죠. 두 번째 연극은 ‘장수상회’를 리메이크한 극이었어요. 치매가 걸렸는데도 부인을 사랑하는 남편 이야기였죠.

올해에 하는 세 번째 연극은 강화도의 이야기가 들어간 연극이에요. 주인공은 작가고, 강화도의 사람들에게 연극 의뢰를 받게 되죠. 저희의 실제 이야기로 대사를 썼어요. 어떤 연극이 좋을까 고민하면서 ‘효도에 관한 연극은 어때요? 아유, 그건 재작년에 했어요.’ ‘치매에 관한 이야기는요? 그건 작년에 했죠’ 실랑이하는 대사가 있죠. 저희 실제 이야기에요. (웃음) 주인공 작가는 이런 고민 끝에 고전을 리메이크한 연극을 쓰게 돼요. 심청전과 별주부전이 혼합된 이야기죠.

연극을 올리기까지 연습 과정도 재밌고 다양해요. 처음부터 바로 공연을 정하고 연습을 하는 건 아니에요. 먼저 서로 익숙해지는 시간을 갖고, 연기의 기초를 다지죠. 초반에는 자기 이야기를 그림과 시로 표현해서 1인극으로 표현하는 활동을 했어요. 그 뒤에는 즉흥 연기 수업을 했죠. 즉석에서 상황이나 단어를 조합해서 연기를 했었어요.

그 뒤에 본격적으로 무대를 위한 연습을 시작해요. 대본은 감독님이 쓰지만 어떤 이야기가 좋을지 모두 함께 토론해서 정하죠. 대본이 나오면 대본을 분석해보고, 캐릭터를 만들어서 공연 장면을 하나씩 만들어가요. 이렇게 수많은 과정들을 거쳐서 연극 하나가 올라가는 거죠.

전 연극이 너무 좋아요. 연극 안에는 일상의 모습이 다 들어 있잖아요. 그래서 그 안에 내가 들어있다고 생각하게 돼요. 연극을 하면서 내 삶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결심도 하죠. 그런 의미에서 연극이 제 삶을 변화시킨 부분이 많아요. 대본을 보면서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뭘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들이 삶의 의미를 만들어줬죠.

언제까지 연극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해보고 싶은 연극들이 많아요. 전 강화도의 문화 해설사로 활동했어요. 공부해 보니 강화도에 이야기가 정말 많더라고요. 해도 해도 끝이 없어요.

지금 생각나는 건 ‘원범’, 그러니까 철종 임금에 관한 이야기가 있어요. 원범은 강화로 귀향 온 귀족의 아들이었어요. 원범의 부모는 그에게 높은 신분을 숨기고 살라고 했어요. 그래서 원범은 그냥 나무를 하고 잡일을 하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죠.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왕가와 귀족들의 대가 끊기자 정치적으로 원범을 허수아비로 이용할 목적으로 왕으로 데려오죠. 그렇게 원범이 철종 임금이 된 거예요. 흥미롭잖아요. 이거 말고도 강화가 품은 이야기가 정말 많아요. 강화의 이야기들로 연극을 올리고 싶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