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을 열어 마주한 풍경을 그리다

2022.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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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뉴스레터

Vol.35│2022.11.30

평범하고도 특별한 사람들의 문화예술교육 이야기

매주 뉴스레터 !ng에서는 <오늘의 인터뷰이에게>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레터 하단에서 확인해주세요.

👩‍🍼 ‘서구문화원’의 <맘(MOM)을 열어> 참여자 서민영 님은 연년생 자매의 엄마이자 전업주부다. 아이들을 돌보느라 바쁜 와중에도 혼자만의 시간이 찾아오면, 마음을 열어 마주한 감정과 기분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이렇게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에 몰입하는 이유는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 <맘(MOM)을 열어>는 ‘서구문화원’에서 진행한 4~50세 여성 전업주부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9월 14일부터 29일까지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총 6회차로 진행되었다. 가정과 사회의 기대에 맞추어 살아오느라 감정표현이 무뎌진 주부들에게 다양한 예술로 감정을 표현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감정인식과 분석, 감정의 시각화, 감정의 청각화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표현 방식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오늘의 주인공 서민영 님 (사진 제공: 이수진 에디터)

맘(MOM) 서민영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맘을 열어> 프로그램 참여자 서민영이라고 합니다. 일생에서 아이를 키우는 소중한 경험을 하고 싶은 마음에 다니던 제약회사를 그만두고 초등학교 3학년, 2학년 두 딸을 남편과 함께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게 저의 오랜 바람이었어요. 제가 전업주부로 육아할 수 있도록 남편이 선뜻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도와줬어요. 퇴사의 아쉬움보다 아이를 낳아 육아를 할 수 있다는 감사함이 컸어요. 보통의 하루는 아이들 공부나 생활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돌보는 엄마로서 지내요. 아이들을 학교나 학원에 보내고 혼자 있는 시간이 생기면, 손으로 무언가를 만지고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프랑스 자수 같은 취미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저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지역의 작은 도서관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 교육들이 자주 열려서 아이들을 보내기도 하고, 저 또한 지역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애용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평소에 여건이 맞는 프로그램들을 수강하고자 네이버 ‘동네 소식’을 유심히 살펴보곤 합니다. <맘을 열어>도 동네 소식 내 서구문화원의 수강생 모집 글을 발견해 듣게 되었답니다.

쉽게 예술에 다가갔어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이 ‘순수하게 예술을 만난다’는 것이었어요. 수업을 들으면서 종이 오리기, 잡지 콜라주, 그림 그리기 등 다양한 미술 활동을 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이런 활동이 모두 점수가 매겨지는 평가로 이어지잖아요.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는 압박감을 느끼니까 즐기지 못했어요. 하지만 <맘을 열어> 프로그램은 내가 순수하게 생각하는, 갑자기 떠오르는 장면들을 그저 종이 위에 담아내는 것으로도 충분했어요.

중심의 나, 왼쪽은 첫째 아이, 오른쪽은 둘째 아이 (사진 제공 : 서민영 님)

미술 활동이 낯설게 느껴질 저희에게 맞추어 처음은 ‘색종이 찢어 붙이기’로 시작했습니다. 그다음은 ‘콜라주 활동’으로 잡지를 하나 가져와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잡지 속에서 찾아내면서 찢어서 붙였죠. 그리고 차츰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차려 갈 즈음, 회화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고통과 쉼의 줄다리기 (사진 제공 : 서민영 님)

강사님께서는 그림에 대해 평가하는 게 아니라, 수강생분들이 편안하게 그릴 수 있도록 긍정적인 면을 중심으로 말씀해 주셨어요. 그렇게 잔잔히 힐링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미술 심리 분석, 상담을 공부한 강사님이 그림을 통해 곰곰이 생각해볼 주제를 던지는 질문이나 이야깃거리를 말씀해 주셨어요. 단순한 미술 창작 활동을 넘어 감정과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타인 앞에서 자신을 드러낸다는 게 어려운 일인데 분위기를 편하게 이끌어준 강사님과 서구문화원 담당자님 덕분에 긴장도 풀고 진실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미술을 전문적으로 접해보지 않은 주부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방식의 맞춤형 수업을 진행해주셨어요. 이 인터뷰를 빌어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음을 열어 몰입했어요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제 마음을 천천히 담았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작품에만 몰입했어요. 그림을 제대로 그려본 적 없는 일반인들은 그림 그리기에 앞서 ‘나 그림 잘 못 그리는데, 잘할 수 있을까? 망치면 어쩌지…’ 라는 걱정이 당연히 들죠. 그런데 막상 그려보니까 걱정했던 그림의 완성도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그려 나가는 ‘몰입’ 경험을 했기에 이미 감정 표현 수업은 충분히 완성되었다고 생각해요.

감정 들여다보기 (사진 제공 : 서민영 님)

저의 감정과 기분을 바퀴 모양에 채워넣기 시작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저에겐 고통, 분노, 우울함, 억울한 감정도 많이 있더라고요. 그런 감정들을 나타내고자 담배나 앵그리버드, 많은 색이 섞인 모양으로 표현했어요. 반면 밝고 가벼운 감정들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산과 바다로 여행 떠나는 모습, 그네, 제가 좋아하는 독서를 그려 넣어 표현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밝은 감정들은 위쪽, 안 좋은 감정들은 아래쪽에 그려놨더라고요.

보통 감정표현을 언어로 하지만 미술을 매개체로 해서 감정을 담아보니, 말로 표현하지 못한 것도 그림 속에서 드러나더라고요. 제 안에 다양한 감정이 있었는데, 평소엔 단순히 불편한 감정으로 받아들이고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그 감정들을 어떤 색깔로 칠할까 고민도 하면서 나를 표현하는 대상들을 점차 늘려나가며 나만을 위한 시간, 그림, 공간을 만들어갔습니다.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요

지금 제 또래 워킹맘이든, 전업주부든, 온전히 자기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자신에게 투자하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워킹맘은 워킹맘대로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고, 퇴근하고 아이들과 시간을 조금이라도 함께 보내기 위해 바쁘죠. 전업주부는 육아하고 배우자, 부모님에게 신경 쓰다 보면 더욱 그렇겠고요. 그럼에도, 자기만을 위한 시간을 일부러 만들어서 보내는 게 중요하다는 걸 수업을 통해 다시 한번 느꼈어요. 그래서 <맘을 열어>에서 그려 나간 그림들의 주제는 모두 나의 감정과 자기 자신이었어요.

나만의 인형 (사진 제공 : 서민영 님)

어릴 때부터 손으로 무언가를 만지고 만드는 걸 좋아했지만, 유독 그림을 잘 못 그린다고 생각했고 아이들하고 같이 그림 그릴 때도 자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수업을 들으면서 꼭 잘 그려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참 쉬운 생각인데 왜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걸까요? (웃음) 그림이 ‘내 감정과 기분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걸 알게 되니까 그림에 흥미가 많이 생기더라고요. 함께 수강한 지인도 그림 그리기가 이렇게 즐거운 건지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일상에 예술을 끌어오기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네요!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

수업을 통해 그림을 그리면서 내면에 숨어있던 깊은 감정을 알아차리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참여자들의 연령대가 비슷해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많아 서로 위안이 되기도 했어요. 누군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먼저 겪어본 사람들이 조언을 주고 응원를 받으면서 유대감이 더욱 쌓였던 수업이었어요. 마음의 너그러움과 예술 경험을 함께 얻을 수 있어서 더욱 뜻깊습니다!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아이를 만듭니다.’

특히 수강생 사이에서 가장 많이 공유되고 공감했던 감정은 위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기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집중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가 지치지 않고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기 위해선, 우리부터 활기 넘치도록 자기 자신을 돌봤으면 좋겠어요.

👩‍🍼 인천서구문화원의 <맘(MOM)을 열어>은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2022 인천문화예술교육 현장 역량강화’ 사업의 지원을 받아 운영된 프로그램이다.

＊이수진 에디터

Sonnez la cloche; 종을 울려라

종소리가 널리 울려 퍼지듯, 좋은 영향력을 가득 담은 글을 내놓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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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내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는

서민영 님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서민영 님에게

💌 지난 뉴스레터 주인공(34호, 이유찬 님)에게 전하는 말

지역에서 영감을 얻는 것이 인상깊네요. 진로를 향해서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는 유찬군을 응원합니다! (쏠 님)
삼산동 이름이 갈산, 금산, 영선산이라는 세 개의 산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네요! 살던 동네를 기반으로 창작 활동 하시는 모습이 멋지고 부럽습니다. (푸른돌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