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라 수건을 머리에 단단히 둘러매고 일을 하러 가는 옆 얼굴이 정말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흔들림 없는 단단한 토양 같은 모습이라고 느꼈다.

그림 속 머리에 두른 손수건은 2021년 아트 굿즈로 아차도 창작자의 그림 한 점을 인쇄하여 제작한 ‘아차도 손수건’이다. 보통 손수건보다 다소 큰 크기로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는 것을 방지하고 흘러내리는 땀을 흡수해 주는 노동용 손수건이다.

 그림을 그리다가 곧 구십을 바라보는 분이 말씀하신다

"까딱까딱한 사람한테 이런 걸 왜 시켜."     

"까딱까딱이 뭐예요?"

"까딱까딱 곧 죽으려고 하는 사람한테 이런 걸 왜 시키냐고! 다음에 못 할 수도 있어. 그땐 죽어 있을 수 있어. 크크크크."

"아 무슨 말씀이세요~~~."

이 대화를 다른 분께 전했더니 손으로는 나물을 다듬으며 빙긋 웃으며 들으시다가 곧 정색하며 덤덤한 말투로 말씀하신다.

"그거 맞는 말이야. 진짜 그럴 수 있어. 여기 사는 누구나 다 같은 상황이야. 여기가 다 자가 요양원이라고 할 수 있지. 얼마나 좋아... 그러니까 여기가 곧 천국이야."

아 이곳이 멀지 않은 천국이었구나. 아차도에 10년 넘게 다니고 있지만 요란하지 않은 담백한 깨달음은 희로애락과 함께 수시로 다가온다.

천국과 가까운 곳에서 바다를 바로 옆에 두고 그림을 그리는 이곳. 인생의 경계에서 하늘과 가까운 수평선을 배경으로 이들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누구에게나 유한한 시간이지만 이곳에서는 평균적으로 시간이 덜 남아 있다고 느끼고 그래서 더욱 모든 것은 유한하다고 배운다. 그리고 그 지각은 남아 있는 시간 안에서 여전히 라이브하게 사는 이들과 부지런히 창작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다.

아차도에 다닌 지 십 년이 넘었어도 ‘섬에서 뭐 하는 거냐’ 혹은 ‘할머니들이 좋아하겠네’ 같은 단순한 질문을 여전히 듣고 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되물어 보자면 이 공동체 예술 활동이 내 작업에 도움이 된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싶다.

김정희, 산, 캔버스에 아크릴, 91x65.2cm, 2021

‘공간섬알’은 민통선 내 작은 섬 아차도에 위치한 복합예술공간이자 시각예술작가 홍유경과 창작하는 아차도 주민으로 구성된 예술 공동체다. 정체되지 않고 변주하는 예술활동을 지향하며 예술의 섬이란 방향성을 지속하기 위해 네트워크의 확장과 다양한 실험적 방식을 실천하고 있다,

* 강화군 서도면 아차도에는 현재 약 스무 가구 서른다섯 명 정도, 연령대 60세에서 90세 사이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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