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새로운 길로 가볼까?

2022. 8. 31.

🛣️ 오늘은 새로운 길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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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뉴스레터

Vol.22│2022.08.31

평범하고도 특별한 사람들의 문화예술교육 이야기

🛣️ 남아프리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온 한 소녀가 있다. 소녀는 인천의 다양한 장소를 누비기 시작했다. 자유롭게 걷을 수 있다는 건 소녀에게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새로운 길 위에서 보고 느낀 것을 그림으로 기록하고, 결국엔 그림이 나의 길이 되었다는 김봄울 양(13)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함께 만나 보자.

🛣️ 2022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길과 만나다>는 미추홀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공간 듬'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길 위에서 아이들은 새로운 시각으로 길을 관찰하고 스스로 놀이를 찾는다. 길을 걷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이 아이들의 작업이 된다. <길과 만나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봄울 양은 길 위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들을 친구들과 공유하며 작업을 이어 나가는 중이다.

오늘의 주인공 김봄울 양 (사진 제공 : 이정은 에디터)

안녕하세요. 저는 인주초등학교 6학년 김봄울입니다. 태명이 보물이었는데, 마침 제가 4월에 태어나서 ‘봄’울이라고 지었대요. 순우리말이기도 한데, 한글로 울타리, 우리나라 터전이라는 뜻도 있어요!

이제는 좀 살 것 같아요

작년에 ‘공간 듬’에서 하는 <[안:따] 햇볕처럼 안아줘, 바람처럼 안아줘>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그때는 농사를 지었어요. 비가 포슬포슬 내리던 날이었어요. 베이킹할 때 슈가파우더를 톡톡 치는 것처럼요. 얼굴에 비를 톡톡 맞았어요. 선생님들이 비 올 때 밭을 갈기 좋다고 했지만, 저는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도 제가 옥수수를 좋아하는데 직접 심고 먹었는데 맛있었어요. 옥수수 말고도 가지, 방울토마토, 수박을 심어서 수확까지 하니까 뿌듯했어요.

🛣️ 2021 꿈다락토요문화학교 <[안:따] 햇볕처럼 안아줘, 바람처럼 안아줘>는 단체 ‘공간 듬’에서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27회차에 걸쳐 진행된 프로그램이다. 미술, 텃밭 등 복합활동을 체험하며 아이들이 일상에서 지나치던 환경에 머물러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며 새로운 관계맺음, 놀이, 공동작업을 함께했다.

강화도 풍물시장에서 구매한 방석과 김봄울 양이 그린 그림 (사진 제공 : 이정은 에디터)

올해는 인천의 다양한 곳을 구경했어요. 최근에는 강화도에 있는 풍물시장에 갔어요. (프로그램 10회차 : 2022. 7. 16.) 이것저것 구경할 게 많았어요. 감자 칩이랑 젓갈도 먹고 손수건도 만들었어요. 풍물시장에서 산 것을 물물교환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다른 친구들과 물건을 교환할 수 있었는데, 저는 엄마한테 방석을 팔기로 했어요. 제가 사고 싶은 것이 많거든요. 그래서 방석을 사서 엄마와 저의 그림을 그렸어요. 시장에 돌아다니면서 힘들기도 했고, 엄마도 일 다니면서 힘들어하는 모습이 생각났어요. ‘집 가고 싶다’ 이게 엄마와 제 생각인 거예요. (웃음)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고 그래서 답답했는데 프로그램에서 여러 군데 돌아다니니까 이제는 좀 살 것 같아요. 5학년 때는 코로나가 심해서 사람을 잘 안 만났단 말이에요. 조금 소심해지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다시 밝아졌어요.

<길과 만나다> 참여자들이 계양산에 다녀와서 그린 ‘아지트 그림 지도’ (사진 제공 : 이정은 에디터)

풍물시장 말고도 인천대공원이랑 계양산에 다녀왔어요. 계양산에 올라가다가 너무 힘들어서 도중에 내려왔어요. 오르막길은 너무 지쳐요. 저는 평지 스타일인가 봐요. 우리나라는 조그맣다고 하는데 다녀보면 무척 넓다는 생각이 들어요. 갈 곳도 많고요. 다시 가고 싶은 곳은 인천대공원이에요. 배드민턴 칠 때 즐거웠어요. 인천대공원에서 친구들과 배드민턴으로 내기했던 기억이 나요. 평지여서 배드민턴 치기 딱 맞았어요. 나무가 있어서 주위 공기랑 경치가 좋아서 산책하면서 둘러보기가 좋았어요.

앞으로 남은 수업 중에서 ‘바다’가 제일 기대돼요. 바다에 대해 궁금한 것이 원래 많아요. 사람들이 아는 것은 고작 바다의 3%래요. 게다가 저는 수영과 낚시를 아주 좋아해요. 어렸을 때부터 냇가에서 놀기도 했고 가족끼리 낚시하러 자주 다녔어요. 인천 바다는 을왕리밖에 안 가봤는데 그때 물이 다 빠져서 갯벌에서 조개만 캐다가 왔어요. 그래서 이번에 인천 바다를 가면 좋을 것 같아요.

길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요

제가 9살 때까지 부모님 일 때문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랐던 점이 사람들이 길을 막 걸어 다니는 거예요. 아프리카에서는 무조건 차를 타고 다녀요. 위험하니까 애들은 절대 걸어 다니면 안 돼요. 친구들이랑 놀 때도, 밖에서 놀기보다 집에서 많이 놀았어요. 근데 한국에서는 이곳저곳 맘대로 돌아다닐 수 있고 전철도 타보고 길거리 음식이 있는 것도 너무 좋아요. 그중에서 떡볶이랑 어묵이 제일 맛있어요.

<길과 만나다> 활동사진 (사진 제공 : '공간 듬' 이선호 선생님)

여기서 정처없이 걸어 다니면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것이 좋아요. 남아프리카에 있을 때, 길을 맘대로 걸을 수 없었기 때문에 더 소중하고 의미 있나 봐요. 주변에 있는 사물이나 자연을 둘러보는 것도 좋아해요. 길거리에 화단이 많고요. 친구들끼리 무리 지어서 놀러 다니다 보면, 항상 똑같은 길로 가는 친구가 있어요. 그럼 제가 ‘우리 여기로 가 보자’ 해서 다른 길로 가 보자고 제안해요. 새로운 길로 가 보고 그러다가 예쁜 곳을 찾고 이런 식으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요. 제가 사는 주안은 예전에 살던 곳과 달리 골목길이 많아서 친구들이랑 놀기 좋아요.

김봄울 양이 소개한 길에 다녀오고 친구들이 그린 ‘아지트 그림 지도’ (사진 제공 : 이정은 에디터)

<나만의 아지트 길> 시간에 연학초등학교 뒷골목에 있는 길을 친구들에게 소개했어요. 그 길에 페인트가 떨어져 있고 전선이 여러 개 겹쳐 있었어요. 사람이 드물다 보니까 참새가 엄청 많았고 쪼끄마한 정자 같은 데가 있어서 누워서 쉬기도 좋아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같이 그 길에 갔을 때, 정자에 누워서 자유롭게 있었어요. 저는 그 길에서 딱 생각나는 것이 참새여서 참새를 그렸어요. 다른 친구들은 정자를 많이 그렸어요.

다른 친구가 소개해준 길은 신동아 6차 아파트 놀이터였어요. 맨날 가는 길이라서 익숙한 길이었는데, 친구가 좋아하는 길이라고 하니까 지나갈 때마다 좀 더 유심히 보게 되고 그런 게 있었어요. 원래는 별생각 없이 걸었을 텐데 말이죠. 자세히 보니까 나무에 매미가 참 많더라고요. 그 친구는 그 길에서 친구들과 많이 놀고 시간을 보내서 좋아하는 길이라고 말했어요. 길을 통해 그 친구가 뭘 좋아하는지 알게 됐어요.

🛣️ <나만의 아지트 길> 활동은 한 명의 참여자가 선택한 길을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공유한다. 같이 걸으며 내가 몰랐던 부분을 서로 이야기하고 다르게 보는 시선을 배운다. 각자의 특징이 드러나는 시간으로 비교를 통해 다른 시각을 배우고 확장할 수 있다.

그림은 나의 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