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뉴스레터
Vol.21│2022.08.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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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도 특별한 사람들의 문화예술교육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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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들어 있는 오래된 기억을 떠올려 써본다. 기억과 함께 떠오른 인천의 풍경은 석양처럼 빛난다. 기억은 곧 인천의 기록이 된다. 뉴스레터 !ng 21호는 사소한 기억이 모여 커다란 기록이 되는 선물 같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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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레이캠퍼스의 <인천, 쓰다>는 인천을 '맛, 멋, 삶'이라는 키워드를 주제로 다양한 장르로 창작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성인을 대상으로 단편소설 쓰기, 사진 촬영, 연극 수업을 진행한다. 뉴스레터 !ng 21호의 주인공 장미영 님은 <인천, 쓰다>에 참여하여 소설을 쓰고, 아끼는 인천의 풍경을 찍고, 연극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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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인공 장미영 님 (사진 제공 : 옥우진 에디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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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인천 동구 배다리 동성한의원에서 뜨개 공방 ‘실꽃’을 운영하는 장미영이에요. 저는 취미 부자예요. 블로그에 인천 곳곳을 찍은 사진과 글을 올리는 것을 좋아하고, 아마추어 연극 단원으로 무대에 서 본 적도 있죠. 그런 제게 <인천, 쓰다> 프로그램은 종합 선물 세트 같았어요. 제 취미들을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은 마음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했죠.
취미로 글을 쓸 땐 길게 쓴다고 쓰는데도 반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어요. 그런데 길게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점이 너무 아쉽고 아까운 거예요. 글쓰기를 체계적으로 배우기엔 부담스러웠고요. 그런데 좋은 기회를 만나 글쓰기를 배울 수 있다니, 너무 반가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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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수업은 ‘내 안에 잠재된 기억 찾기’를 시작으로 진행됐죠. 처음부터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참여자들이 둘러앉아 ‘나 이랬어, 저랬어.’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렇게 잊혔던 기억이 떠오르면 큰 줄기가 되는 글을 몇 줄 쓰죠. 일단 줄기가 나오면 살을 붙이는 작업은 자연스럽게 되더라고요.
소설의 세계관에 대한 수업이 기억에 남아요. 선생님이 소설에 세계관을 넣어야 한대요. 처음엔 어떤 거대한 세계관을 넣어야 할까 고민했어요. 소설 속 주인공이 정의 사회를 구현하고 운명을 바꾸는 세계관을 쓰려니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꼭 거창한 것만이 세계관의 전부는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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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짜장면은 입으로 느끼는 맛이 아니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맛, 아버지의 맛이었다.
(중략)
그때의 짜장면을 다시 먹을 수 있다면.
사랑받던 그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아버지의 "어 ~ 시원하다!" 소리가 다시 들리는 듯 그리움이 뜨겁게 올라왔다.
- 장미영 님 창작소설 <온천 가는 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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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 과제는 ‘짜장면’에 대한 기억을 쓰는 거였어요. 저는 어렸을 적 아버지와 함께 온양온천으로 목욕하러 가며 짜장면을 먹었던 이야기를 썼어요. 다른 가족들은 장애가 있는 아버지를 무서워하곤 했는데, 전 스스럼 없이 다가갔던 장면. 저의 결혼과 동시에 조금 멀어져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이야기, 그런 거요. 그냥 제 이야기를 썼는데 이것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줄 수 있으니 세계관이라며 선생님이 칭찬해 주셨어요. 그때 자신감이 많이 생겼죠. 그동안 써 왔던 다른 글들을 발전시켜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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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성포구 출사에서 찍은 사진 (사진 제공 : 장미영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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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사실 저는 인천 토박이는 아니에요. 결혼하면서 인천에 왔죠. 그래도 30년째 살고 있으니 제가 태어난 곳보다 인천에서 더 오래 살았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수업 신청을 조금 망설였어요. 인천 토박이가 아닌 제가 인천에 대해 쓰고, 찍고, 연기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플레이캠퍼스 장한섬 대표님이 그래도 인천에 오래 사셨으니 그동안 쌓인 게 있을 거라고 용기를 주셔서 도전하게 됐어요.
사진 수업에서 북성포구로 출사를 나갔어요. 친한 언니와 함께 갔는데, 언니는 인천 토박이인데도 북성포구에 별다른 기억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북성포구에 대한 기억이 참 많거든요. 서른 번은 넘게 간 것 같아요. 시어머니가 저를 데리고 배 위에서 파는 게나 새우를 사러 북성포구에 가셨죠. 저는 무서워서 배 위에 올라가지도 못했어요. 배에서 배를 마치 날듯이 뛰어다니시는데 빠지면 어떡해요. 정말 무섭더라고요. 어떻게 그렇게 배를 잘 건너다니시나 했더니, 시어머니의 역사가 거기 있었어요. 시어머니의 어머니가 북성포구에서 물건을 받아서 장사를 하셨대요. 기회가 된다면 이 이야기도 소설로 써 보고 싶어요.
예전에 시어머니를 따라갔을 땐 사실 가기 싫었어요. 시집살이기도 하고, 생선 냄새를 싫어했거든요. 그런데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면서 안 좋은 기억들도 다 소중한 자산이 되니까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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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성포구 출사에서 찍은 사진(사진 제공 : 장미영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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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킬도 많이 배웠어요. 일단 렌즈 닦기. 이전 사진들을 보니 이 간단한 걸 안 해서 뿌옇게 나온 사진들이 많더라고요. 빛을 이용하는 방법도 배웠어요. 어떤 방향에서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서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다르게 나와요. 또 예전에는 마구잡이로 찍었다면, 출사에서는 구도를 생각하며 찍는 법을 배웠죠. 한 곳을 찍더라도 다양한 구도로 찍어서 최선의 구도를 발견해내는 거예요. 그렇게 사진을 찍다 보니 이전이랑은 또 다른 시선이 생겼어요. 어느 장소를 봐도 이렇게 찍어 봐야겠다, 저렇게 찍어 봐야겠다, 생각이 드는 거죠. 다른 장소로도 출사를 나가 보고 싶어졌어요.
제 꿈이 연극 배우였거든요. 주인공이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1 역할이라도 해서 무대에 오르고 싶었어요. 아마추어 극단에서 낭독을 하거나, 인원이 모자란다고 해서 배우로 참가하곤 했죠. 10월에 하게 될 연극도 너무 기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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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천에 대한 제 인식이 크게 변한 부분은 없어요. 전 외지인이지만, 예전부터 인천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거든요. 인천이 가지고 있는 독특함이 있잖아요. 개항의 역사 같은 거요. 그런 부분이 너무 좋아서 일부러 책을 찾아서 읽곤 해요. 이 프로그램도 그 일부였고요. 인천에는 제가 좋아하는 게 정말 많아요.
<인천, 쓰다>는 제 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프로그램이에요. 인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친구들이요. 우리 모두 작은 존재들이잖아요. 그런데 우리들이 쓰고, 찍고, 연극을 하는 이런 작은 기록들이 모여서 인천에 대한 큰 기록이 되는 게 정말 신기하고 소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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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레이캠퍼스의 <인천, 쓰다>은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2022 인천문화예술교육 기획 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운영 중인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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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우진 에디터
섬세한 시선으로 인천인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담아내겠습니다.
#읽고쓰는사람 #아마추어소설가 #낭만 #커뮤니티 #연결 #문화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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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계속 쓰고 싶다는
장미영 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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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뉴스레터 주인공에게 전하는 말
○ To 최바람 님. 그림과 함께 글을 보니 한 편의 짧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져요! (비고미 님)
○ To 최바람 님. 느긋한 발자국. 말만 들어도 여유로워지는 시간이네요. 매일 빨리만 다녔지 나의 발자국을 볼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었던 거 같아요. 흙 속에 남은 나의 발자국을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지며 나의 느릿한 발자국을 감상하고 싶어집니다. (소소한 운동복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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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첨을 통해 작은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당첨자는 다음 주 뉴스레터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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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기간│2022. 08. 05. (금) ~ 2022. 08. 31. (수) 17시 59분까지
신청대상│삶의 전환을 모색하는 50~69세 이하 인천시민 누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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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기간│선착순 마감
신청대상│인천 중구 관내 초등학교 고학년(4~6학년) 학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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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ng은 매주 수요일마다 발송됩니다.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22313 인천광역시 중구 제물량로 195(항동5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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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책방모도 모대표
2018년부터 동인천 화수동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읽고 쓰고 나누는 것이 근래의 업이자 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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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화수분제작소
출판인 독립러들 모임. 이야기를 듣고 책으로 엮는다. 인터뷰, 번역, 편집디자인, 일러스트 작업 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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