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듬’의 2021 <피어라 꽃, 날아라 새>는 참여자 개인의 경험, 취향, 감각, 꿈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다양한 예술작업으로 확장해 그림책으로 기록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예술강사이자 설치미술 작가인 최바람은 작년 6월 참여자들과 함께한 무의도 소풍을 떠올리며 그날의 감상을 캔버스 백에 그려 나갔다. 2021년, 코로나로 교육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고 지쳐 있을 때 가뭄에 단비와 같았던 무의도 소풍. 그날의 기억을 함께 감상해 보자.

무의도 개흙은 단단하고 곱고 쫄깃하다. 개흙 위로는 물이 새겨 놓은 결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었고 결마다 얕게 고인 바닷물이 바람에 살랑였다. 마스크는 못 벗어도 양말과 신발은 벗을 수 있었다. 맨발은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하고, 만나지 못한 것을 만나게 하고, 느끼지 못한 것을 감각하게 한다. 동그랗게 모였다 또 길게 늘어서 나란히 걷다가 이런저런 것들에 한눈팔고 이것저것 들여다보며 한마디씩 하는 소곤거림과 웃음소리가 춤이 되고 노래가 된다.

맨발과 중력 그리고 단단한 개흙과 공기가 만나는 순간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맨발들이 모이면 꽃잎이 되고 나란히 날리다 사방으로 흩어진다. 사뿐한 발자국은 훨훨 날아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다. 맨발은 느긋하고 가볍고 부드러운 춤을 만든다. 개흙 위에 남겨진 춤, 보이지 않는 맨발의 자국이 만든 춤의 흔적을 담아 보아보려 했다.

<피어라 꽃, 날아라 새>는 인천 미추홀구 신기시장 주변 동네 어르신 여덟 분과 함께했다. 상반기에는 자신의 경험, 취향, 감각, 꿈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눈 뒤, 하반기에는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예술작업으로 확장, 정리, 재생산하여 각자의 종이책으로 마무리했다.

작업의 과정은 우리가 저마다의 모양과 향기가 다른 꽃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서로 매 순간이 소중하고 귀하다고 말했으며 현재를 마주하고, 여전히 꿈을 꾸고,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함께 나눈 웃음과 대화, 저마다 가진 독특한 성격과 어휘들이 차곡차곡 쌓여 종이책에 담겼다.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무의도 갯벌에서 맨발로 그린, 보이지 않는 춤의 흔적을 소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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