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나요?

2022. 8. 3.

🎯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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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뉴스레터

Vol.18│2022.08.03

평범하고도 특별한 사람들의 문화예술교육 이야기

🎯 여기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기, 일명 덕업일치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 좋아하는 일로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는 믿음과 용기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나와 비슷한 상처 입은 사람에게 위로를 건네는 어느 작가의 이야기, 그 시작에는 스펙타클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 스펙타클워크는 인천의 즐거움을 큐레이션하는 로컬 단체다. 스펙타클워크의 대표 사업으로 로컬콘텐츠 교육 프로그램 <로컬 에디터 스쿨>과 로컬 커뮤니티 프로그램 <스펙타클 유니버시티>가 있다. 뉴스레터 !ng 18호의 주인공 이혜윤(30) 님은 <로컬 에디터 스쿨> 2기, <스펙타클 유니버시티> 3기 연속 참여로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오늘의 주인공 이혜윤 님 (사진 제공 : 이정은 에디터)

안녕하세요. 저는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고 싶은 이혜윤입니다. 지난해 12월 책 <내 생애 가장 추운 봄>을 출간해 독립출판 작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좋아하는 일로 먹고사니즘을 꿈꾸며 관련된 활동에 하나씩 도전 중이에요. 인천청년문화창작소 ‘시작공간 일부’에서 진행하는 <청년동네 탐구생활>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고, 최근에는 책방 ‘한줄한줄’에서 작사 수업을 듣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아직 하고 싶은 일의 1/3은 시작도 못했어요. (웃음)

🔖 먹고사니즘 : 먹고사는 일을 최우선으로 하는 태도

다시 시작된 글쓰기

저는 원래 방송 작가였어요. 시사교양 프로그램 방송 작가로 5년 동안 일을 했었는데, 업무 강도가 너무 세고 예민할 때에는 날 선 말이 오가는 분위기가 많았어요. 내부적으로도 갈등이 생겨서 다른 일을 해야겠다 싶어 지난해 5월에 회사를 그만두었어요. 아무것도 안 하고 쉴 생각이었는데, 친언니가 스펙타클워크의 <로컬 에디터 스쿨> 프로그램을 추천해 줬어요. 글로 먹고살고는 싶은데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몰랐던 참이어서, 참여하게 됐죠.

🎓 스펙타클워크의 <로컬 에디터 스쿨>은 로컬콘텐츠 에디터 교육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멤버가 함께 모여 인천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든다.

<로컬 에디터 스쿨> 2기로 3개월 동안 참여했어요. 처음에 콘텐츠 주제를 3개 정도 구상해요. 당시에는 코로나가 심해서 줌으로 모여서 발표를 했어요. 스펙타클워크 이종범 디렉터의 피드백을 받아서 3개 중 하나를 선택해서 콘텐츠를 만들었죠.

저는 '석양'을 주제로 인천의 일몰을 필름사진으로 찍었어요. 북성포구, 송도 오션 스코프 전망대, 계양산 둘레길에서 가지각색의 일몰을 포착했고 글로 담아냈어요. 특히 북성포구는 매립이 예정된 장소라서 글과 사진으로 기록해서 이곳이 사라졌을 때 추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어요. 사실 결과물을 그냥 간직할 생각이었는데 디렉터님이 인천스펙타클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리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하게 되었어요.

<로컬 에디터 스쿨> 결과물로 촬영한 북성포구 필름사진 (사진 제공: 이혜윤 님)

<로컬 에디터 스쿨>에서 글쓰기에 많은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방송 작가로서 글 쓰는 일을 계속하긴 했지만, 에디터 스쿨에서의 글쓰기는 결이 많이 달랐어요. 방송 대본은 구성이 정해져 있어서 틀에 맞춰 넣기만 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에디터 스쿨에서는 주제부터 구성과 편집까지 아예 0에서부터 시작했어요. 처음엔 감을 잡기 힘들었는데 <로컬 에디터 스쿨>에서 글 쓰는 방식에 대한 다양한 레퍼런스를 공유해 줬어요. 덕분에 글의 대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죠. 강의에서 영감을 받아 '석양'에 대한 글을 사람이 아닌 일몰의 시점으로 쓰게 된 거예요.

<로컬 에디터 스쿨>은 참여자가 자율적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줘서 좋았어요. 결과물을 무조건 제출하라고 강요하지 않아서 오히려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저한테 잘 맞는 교육 방식이었던 게 제가 어떤 식으로 글을 쓰든 어떤 콘텐츠를 만들든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결과물을 PDF로 만들든지 SNS에 올리든지 그 방식 자체를 존중해 줬어요. 큰 틀에서 도움을 주고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 저랑 잘 맞았어요.

이혜윤 님이 출간한 독립출판물 <내 생애 가장 추운 봄> 표지 (사진 제공 : 이혜윤 님)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북극서점 사장님의 특강이었어요. 그분도 저처럼 재미있는 일을 좋아하더라고요. 당시에 독립출판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독립출판을 계속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왜냐하면 저렇게 재미있게 살아도 충분히 먹고사는 것이 가능하다고 느꼈거든요. 제가 만난 북극서점 사장님은 굉장히 좋은 어른이었어요. 그래서 '남들이 사는 대로 살지 않아도 충분히 즐겁게 좋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겠구나'를 깨달았죠. '이제 그럼 나도 하고 싶은 대로 흘러가는 대로 살아볼까?'라는 생각으로 독립출판 작가의 길을 걷게 됐어요. 특강이 딱 기점이 됐던 것 같아요.

힘들었던 기억 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글쓰기를 통해 저의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하게 됐어요. 글의 힘이 생각보다 강하더라고요. 비슷한 고민과 상처를 가지고 있는 독자들과 연결되고 소통하면서 기록의 중요성도 깨달았어요. 독자분들이 메일을 통해 연락해 올 때가 가끔 있어요. 고마운 마음이 크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프기도 해요. 아픈 경험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거잖아요. 그래도 제 글을 통해 위로받아서 다행이고 동시에 복잡한 마음이에요.

새로운 사람과 함께 하니 새로운 세계가 왔다

인천에 대한 흥미가 생기고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로컬 에디터 스쿨> 2기가 끝났어요. <로컬 에디터 스쿨>은 개인 활동이 많아서 자유롭긴 했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어요. 좀 더 많은 사람과 교류하면서 소통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죠. <로컬 에디터 스쿨>은 콘텐츠에 관련된 장소를 주로 방문했는데, <스펙타클 유니버시티>는 인천의 다양한 곳을 누비더라고요. 그래서 참여하게 됐어요.

🎓 스펙타클워크의 <스펙타클 유니버시티>는 로컬 커뮤니티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처너들이 모여 인천의 다양한 장소를 새로운 시선으로 함께 누비고 경험하며 뜻밖의 즐거운 이웃, 동료들을 만난다.

<스펙타클 유니버시티>는 올 3월부터 6월까지 총 4개월 동안 진행됐어요. 4개월이라는 시간이 짧다고 느꼈어요. 사람들을 1~2주에 한 번씩 만나는데 네 번 만나면 한 달이 순식간에 지나가 있었어요. 사람들하고 교류를 하다 보니 기억이 강하게 남는 것 같아요. 제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잘 없었어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사람들을 만나서 소통하고 몰랐던 세계도 알게 되었죠.

프로그램 중에서 오프라인 소그룹 모임이 있어요. 그룹을 지어 인천 각지를 탐방하는 활동이에요. 6월 주제가 '인천에서 즐기는 세계여행'이라면 차이나타운, 구송도, 연수 함박마을, 부평 미얀마 타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요.

오프라인 소그룹 모임 활동 결과물 (출처 : 스펙타클 유니버시티 인스타그램)

저는 함박마을에 갔어요. 러시아, 중앙아시아 음식을 먹고 빵도 사고 문화 체험을 할 수 있었어요. 마을에 외국 사람들이 많아서 해외에 놀러 온 기분도 들고 좀 새로웠어요. 사실 뜻을 알 수 없는 간판에 외국인들이 많다 보니 처음에는 낯설고 무섭다는 편견이 앞섰어요. 그곳에서 러시아 음식과 맥주를 먹었는데, 생각보다 음식도 맛있고 사람들이 너무 친절한 거예요.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었죠. 제가 원래 새로운 음식이나 문화에 대해 두려움이 있는 편인데, 유니버시티 멤버들이 있어서 마음이 편했어요. 혼자였다면 엄두도 못 냈을 거예요.

🔖 함박마을 :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곳으로 고려인들과 중앙아시아, 러시아계 이주민들이 모여 산다.

확실히 경험과 인식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아요. 제가 비건에 대해서도 사실 잘 몰랐거든요. 근데 한 분이 비건이더라고요. 그분이랑 채식 짜장면을 같이 먹기도 하고 혼자였으면 절대 해보지 않았을 일들을 <스펙타클 유니버시티>를 통해 하기 시작했어요. 환경과 관련된 활동으로 동인천에서 플로깅을 하면서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생겼어요. 쓰레기가 생각보다 많고 줍고 나면 되게 뿌듯하더라고요.

🔖 플로깅(Plogging) : ‘이삭을 줍는다’는 뜻의 스웨덴어 'Plocka upp'과 영단어 'Jogging'의 합성어로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친환경 조깅을 의미한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이 있으니까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잖아요. 박물관에서 일하는 분도 있었는데 인천에서 진행되는 전시나 공연 정보를 공유해 주세요. 클래식은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인천에서 이런 것도 한다고 참여자분들이 알려 주세요. 덕분에 제 세계가 넓어진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사실 나이가 들면서 접할 수 있는 경험이 한정적이잖아요. <스펙타클 유니버시티>의 참여자분들이 그 틀을 계속 깨주는 것 같아요.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렇게 다른 문화를 경험하니까요.

두 프로그램을 연달아 참여하면서 ‘인천에 좋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나?’라고 생각했어요.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이와 직업에 구애받지 않고 ‘나’라는 존재가 온전히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직장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연대감이었죠. 직장을 다니면서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다시 사람으로 치유 받았어요. 내가 사는 곳에서 나를 반기는 사람이 있다는 ‘소속감’. 그 힘이 강한 것 같아요. 두 프로그램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다른 곳에서 만나는 경우도 많은데 정말 반가워요. 활동들이 다 연결이 되더라고요. 주위 사람들한테도 밝아졌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요. 성격이 180도 달라졌다며, 이제는 생기가 도는 것 같다고 프로그램 참여 이후 변화에 대해 끊임없이 듣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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