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온 흙이 내가 손으로 빚어서 어떤 형태를 갖춘 다음에 굳히면 고체가 될 것 같잖아요. 그러니까 변하지 않는 성질일 것 같은데, 선생님이 갑자기 물 담은 그릇을 준비해서 빚은 흙을 다 넣어 보래요. 열심히 빚은 흙을 굳혀서 작품을 만들 줄 알았는데 말이죠. 물에 넣으면 어떻게 되는지 말씀을 안 해 주시더라고요. (웃음)

물을 채운 그릇에 진흙들을 하나둘 넣어요. 선생님께서 틀어 주신 잔잔한 음악이 배경으로 깔리고, 몇 분 동안 그저 멍하니 쳐다봤죠. 그렇게 불멍, 바다멍도 아닌 흙멍을 처음으로 해 봤어요. 생각보다 너무 마음이 편해지는 거예요. 이렇게 바라보고 있는 게 수업에서 처음 느낀 즐거움이었어요. 이것저것 잡생각도 하고 흙에 대해서도 생각했어요.

‘그냥 모양이 좀 흐트러져서 물컹해지겠지?’

그런데 뽀글뽀글 귀여운 소리와 함께 기포가 막 올라와요. 몇 시간이 지나자 흙과 물이 완벽하게 분리됐어요. 다시 자연의 흙으로 돌아간 거죠. 마치 체로 거른 고운 밀가루 같기도 했고요. 피톤치드가 가득한 이슬 먹은 아침, 숲에 들어가면 만질 수 있는 촉촉한 흙처럼 아름다웠어요. 흙에 대한 경험이 없으면, 흙이 나에게 주어져도 어떻게 놀지 모르잖아요. 흙의 성질도 알았으니 흙과 함께 더 잘 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들기 활동 중 하나로 엄마랑 아이가 둘이 껴안고 누워 있는 모습을 만들었어요. 아침에 맨날 아이가 잘 못 일어나요. 더 자려고 저를 안으면서 자꾸 안 일어나려고 하거든요. 그 장면이 떠올라서 엄마랑 아이가 안고 있는 모습을 만들어서 아이에게 보여줬죠. ‘이거 너야. 너 아침마다 이렇게 안 일어나지?’ 아이와 함께 이런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도 나네요. (웃음)

도자기 끝을 예쁘게 마감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도자기 끝이 컵처럼 얇고 매끈하게 되지 않아서 컵을 만들려다가 화분으로 바꾸기도 했어요. 역시 보는 것과 실제로 만드는 건 이렇게 차이가 크구나 다시 한 번 실감했어요. 예전에 아이가 유치원에서 만들어 왔던 울퉁불퉁한 도자기가 사실은 훌륭한 작품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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