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어떤 어른이 되고 싶나요?

2022.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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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뉴스레터

Vol.38│2022.12.21

평범하고도 특별한 사람들의 문화예술교육 이야기

💭 ‘코앤텍스트’의 <뜻밖의 여정> 참여자 이유정 님은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며 사람들과 즐겁게 연결되고 있다. 구술생애사를 통해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고, 닮고 싶은 어른과 대화를 나누며 보물 같은 이야기를 발굴해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모두에게, 이유정 님의 이야기가 용기가 되기를 바란다.

💭 ‘코앤텍스트’의 <뜻밖의 여정>은 청년 스스로가 삶을 돌아보고 기록하는 인터뷰 프로젝트이다. 셀프 인터뷰, 팀원 인터뷰, 어른 인터뷰를 통해 청년구술생애사가 되어 나의 역사를 살펴본 후 미래의 시간을 정리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9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화요일 총 5회차로 진행되었다. 11월 26일부터 12월 2일까지 코앤텍스트에서 열린 <인터뷰 전시회>에서 '어른'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 청년 네 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오늘의 주인공 이유정 님 (사진 제공 : 이정은 에디터)

안녕하세요. 저는 한양대학교에서 철학과 연극영화학을 전공하고 있는 이유정(24)이라고 합니다. 졸업하기 전에 제 쓸모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현재는 휴학 중이에요.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들 사이에서 적절한 지점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었어요

휴학하고 나서 ‘연결되고 싶다.’ ‘이제는 더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꿈꾸는 세상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에요. 함께 할 팀원을 만나고 싶어서 <뜻밖의 여정>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어요.

<뜻밖의 여정> 포스터 (사진 제공 : 코앤텍스트)

‘구술생애사’라는 단어가 생소해서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유도 있어요. 취지가 너무 흥미롭더라고요. 생애사는 주로 글로 표현되는데 글보다 더 친숙한 말하기와 듣기로 생애를 정리하면 나의 삶을 더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구술생애사’란 동시대 사람들이 구술한 생애를 기록한 역사를 말한다. 인터뷰를 통해 개인의 삶을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삶의 역사를 연구하는 것이다. 보통 노년층이 본인의 삶을 구술하며 되돌아보고, 그 이야기를 타인이 기록하여 남기는 것을 말한다.

프로젝트 참여자는 총 4명이에요. 처음 한 달은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할지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질문도 공유하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런 다음 인터뷰와 관련된 책을 읽고, 책에서 도출한 질문을 서로에게 던지면서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저는 인터뷰를 해본 적이 없어서 인터뷰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은유 인터뷰집 <크게 그린 사람>을 읽고 에세이를 작성했어요.

참여자 중 한 명과 인터뷰를 하는 활동이 있었는데 저는 영지 님과 짝이 되었어요. 스스로 던졌던 질문을 영지 님에게도 질문하는 형식이었는데, 영지 님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외적으로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내적으로는 나와 많이 닮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서로에게 유의미한 시간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인가요?
연결에 대한 갈망을 느낄 때가 있나요? 그런 순간은 언제이며, 그 연결은 구체적으로 어떤 연결인가요?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가치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나요?
본인이 스스로 느끼는 본인의 가장 부끄러운, 혹은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은?
본인이 생각하는 '괜찮음'이란?
그리운 사람(혹은 장소, 물건)이 있나요?
나만의 '팁(요령)'이 있다면?
본인과 친해지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죽기 직전 마지막 순간, 주마등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면 어떤 장면을 보면서 눈 감고 싶을까요?
예전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게 된 것, 혹은 지금 알고 있지만 나중에는 잊어버리게 될 것이 있다면?

인터뷰 질문을 구성할 때, 평소에 갖고 있던 키워드에서 많이 출발했어요. 거기에 친구들한테 자주 던지는 질문들이 포함됐죠. 인터뷰가 일방적인 과정이 아닌 상호적으로 소통이 이루어지는 대화의 시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인터뷰이도 답을 하며 자기 삶을 돌아보고 본인에게도 유의미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질문들을 구성했던 것 같아요.

인터뷰 자체는 처음이었지만, 평소에 지인들에게 질문하는 걸 좋아해서 힘든 점은 없었고 오히려 적성에 맞았어요. 제가 어떤 질문으로 물꼬를 트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꺼내는 이야기가 달라지니까 흥미롭더라고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준비하지 않은 다른 질문을 즉흥적으로 떠올려서 더 좋은 이야기를 발굴해내는 작업이 재밌었어요.

좋은 어른과의 만남

셀프 인터뷰, 팀원 인터뷰 다음에 어른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저는 서울 동대문구에서 ‘영화관 풋잠’을 운영하시는 박하 님을 인터뷰했어요. 우연히 모임에 갔다가 박하 님을 만났는데 이번 기회에 박하 님의 이야기를 꼭 담고 싶었어요. 박하 님이 꿈꾸는 세상과 가치관이 저와 비슷하고, 제가 꿈꾸는 공간을 실제로 운영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인터뷰를 꼭 해보고 싶었어요. 인터뷰를 통해 박하 님과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었고 더 가까워질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어른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박하 님의 답변이 아직도 기억이 나요. ‘어른이란 리액션이 풍부해지는 사람’이라고 대답하셨어요. 자녀들이 개구쟁이여서 장난에 리액션을 할 때가 많으시대요. 문득 자기를 표현하고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건 어른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드셨대요.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풍부한 리액션을 해주는 것이 어른의 몫이 아닐까?'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너무 맞는 말 같더라고요. 최근에 스스로 ‘어른은 없는 거야.’ 이렇게 결론을 내려가고 있었는데 저도 ‘리액션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상호작용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뜻밖의 여정> 인터뷰 전시회 (사진 제공 : 이정은 에디터)

인터뷰를 전시하다

각자의 인터뷰를 마치고 모두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 전시회>를 기획했어요. 보통 전시라고 하면 그림, 사진처럼 시각 자료들이 많잖아요. '글을 어떻게 전시해야 될까?' 고민이 많았는데 글이기 때문에 우리의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전시에서 '실'을 오브제로 사용하자고 제가 아이디어를 냈어요. 참여자들의 기록물을 실로 이어서 우리가 보이지 않지만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를 담았죠. 각자 실 색깔을 정했는데 저는 노란색이에요! 노란색을 좋아해서요. (웃음)

공간에 따뜻한 분위기를 담고 싶어서 문구를 천장에 매달자는 아이디어는 공통으로 나왔어요. 마음에 드는 문장들을 적어서 매달고 책자 페이지도 찢어서 전시했어요. 방문한 사람들도 마음에 드는 페이지는 찢어서 소장할 수 있도록 기획했어요.

당신은 어떤 어른이 되고 싶나요?

프로그램이 끝나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 코엔텍스트라는 공간, 인터뷰했던 박하 님 등 연결고리를 하나씩 만들 수 있어서 좋았어요. 구술생애사 작업도 흥미로웠고요. 처음 해봤는데 사람을 알아가기에 너무 좋은 방식이더라고요!

인터뷰와 전시까지 기획하면서 배우는 것들도 많았어요. 우선 나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됐어요. 질문을 마주하고 답하면서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을 많이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머릿속에만 머물던 생각을 글로 정리하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도 명확해졌어요.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하고 이야기를 듣고 글을 쓰는 일을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었어요.

2개월 동안 '어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아직도 어른이 뭔지 모르겠어요. 어른이 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기도 하고요. 함부로 어른이 되지 않으려고 해요. 살아가면서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 순간도 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른이 된 것 같은 순간도 있잖아요. 그런 순간에도 여전히 어른이란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좋은 어른이란 무엇일까? 내가 좋은 어른이 맞는 걸까?' 끊임없이 고민하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누군가에게 '고민해도 괜찮다. 흔들려도 괜찮다.'는 용기를 심어주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