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에서 내려온 소중한 아이

2022. 10. 19.

👼 하늘에서 내려온 소중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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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뉴스레터

Vol.29│2022.10.19

평범하고도 특별한 사람들의 문화예술교육 이야기

매주 뉴스레터 !ng에서는 <오늘의 인터뷰이에게>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레터 하단에서 확인해주세요.

👼 ‘부평구문화재단’의 <배 안에서> 참여자 김경미 님은 2020년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 건강한 아들 하늘이를 출산했다. 누구보다 활발한 아이지만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없는 제한된 환경에 아쉬워하던 중 <배 안에서> 프로그램을 만났다. 12가지 감각을 자연스럽게 일깨우는 연극 놀이를 통해 초보 엄마와 아이는 함께 성장했다.

👼 <배 안에서>는 15~20개월 영유아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영유아와 보호자가 건강하고 창의적인 예술 체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부평구문화재단과 지역 예술단체 ‘상상이상’이 함께 연구, 개발했다. 아기의 탄생 과정을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다는 연극적 상상력에 기반하여 태몽, 탄생, 생일의 이야기를 보호자와 함께 연극 놀이로 풀어내며 시각, 촉각, 청각 등 12가지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올해 <배 안에서> 프로그램은 10월 29일 개강하며, 현재 부평구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선착순 접수 중이다.

하늘이 엄마, 김경미 님 (사진 제공 : 이수진 에디터)

첫 육아, 하늘이와 함께

안녕하세요? 저는 27개월 남자아이 하늘이 엄마 김경미입니다. 재작년 하늘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육아휴직을 하고 하늘이와 온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우리 하늘이는 참 활동적이고 흥도 많은 친구예요. 작년 10월 <배 안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당시에는 17개월 아기였죠. 작년 이맘때는 제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걸어 다녔는데, 지금은 혼자서 킥보드도 잘 탈 만큼 제법 컸어요. 요즘엔 감정 표현도 잘하고 ‘엄마 예쁘다, 아빠 멋지다’ 이런 말도 할 줄 알고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고 있습니다. (웃음)

킥보드 타는 하늘이 (사진 제공 : 김경미 님)

하늘이가 워낙 호기심과 활동량이 많아서 오늘은 무엇을 하며 놀아야 할지 항상 고민이었어요. 집에서 제가 요리할 때면 계란이나 밀가루 반죽으로 엄마표 촉감놀이도 겸사겸사하곤 했어요. 하늘이가 집에서 하는 놀이도 너무 좋아해서 늘 영유아를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찾아봤습니다. 백화점 문화센터 프로그램도 신청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수업이 폐강되기도 하고, 수강인원이 많아서 혹시나 코로나에 걸릴까 걱정돼 취소를 반복했어요. 다른 좋은 프로그램이 없을까 계속해서 찾아보다가 <배 안에서>를 알게 되었어요.

집에서 부평아트센터가 가까워서 항상 이곳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을 관심 있게 보고 있었어요. 마침 영유아를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시작된다고 해서 바로 신청했어요. 총 4팀만 참여하는 소규모 모임이라 더 좋을 것 같았죠!

연극 놀이로 감각을 깨우다

<배 안에서>는 첫 수업부터 만족스러웠어요. 발도르프 교육에 기반한 프로그램이었는데, 교구와 의상, 무대 장치까지 예술을 접목해서 촘촘히 설계된 수업이었죠. 하늘의 아이들이 이 땅에 내려왔다는 이야기로 연극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다양한 감각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셨습니다. 사랑, 용기,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아름다운 대사로 이어 나가면서, 아이들이 무대를 탐색하고 노는 과정이 마치 한 편의 연극을 완성하는 느낌이었죠.

📕 발도로프 교육은 인지학을 창시한 슈타이너(Steiner, R.)의 교육 이념에 따라 1919년 전인 교육을 목표로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에 설립된 발도르프 학교에서 실시하는 교육이다. 아동 정서의 자연스러운 발달을 위하여 미술과 음악이 매우 중시하며, 다른 교과 과정과 통합하여 교육이 이루어진다. (출처 : 우리말샘)

연극 안에서 아이들은 여러 가지 감각을 경험했어요. 선생님들은 사소한 행동도 아이들의 감각을 깨우는 방법으로 접근하셨죠. 예를 들어 아이들의 손에 아로마 오일 한 방울을 발라 주면, 처음엔 어리둥절하고 신기해하다가 냄새도 맡고 손으로 비비면서 촉감과 후각이 깨어났어요. 주의를 집중시킬 때도 ‘얘들아!’ 하고 부르는 게 아니라 싱잉볼으로 오묘한 소리를 내는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시선을 끌었죠.

이것저것 만지면서 체험하는 하늘이 (사진 제공 : 김경미 님)

알록달록한 무대에서 아이들 스스로 탐색해서 만질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기다려 주는 느낌을 유독 많이 받았어요. ‘이거 만져 보자’가 아니라 그냥 실크 천, 양모 공, 조개껍데기, 솔방울, 그 외 다양한 교구들을 자연스럽게 아이들 쪽으로 굴려서 곁에 가도록 유도해 주셨어요. 그렇게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만져볼 수 있도록 기다려 주신 게 참 좋았어요.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지고 입에도 가져가 보고, 스스로 움직이는 아이를 보는 것 자체만으로 기특하고 신기했어요.

초보 엄마도 함께 성장하다

수업이 끝나면 항상 선생님들이 피드백을 주셨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교육 전문가로서 노련하게 아이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엄마의 행동도 봐주시더라고요.

하늘이의 인생 첫 수업 (사진 제공 : 김경미 님)

한 번은 하늘이가 자꾸 수업을 안 듣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거예요. 다른 친구들은 앉아서 수업을 잘 듣는 것 같은데 하늘이만 그래서 참 당황스러웠어요. 그때 선생님께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하늘이가 또래보다 늦게 걷기 시작했는데, 지금이 자기 몸에 관심이 커질 시기라 앉아서 만지는 것보다 직접 뛰어다니는 게 더 즐거울 거라고 하셨죠. 그 말씀에 위안이 되더라고요. 하늘이가 활동적인 아이란 것도 프로그램을 참여하면서 깨달았고, 혼자서는 몰랐던 부분을 새롭게 알 수 있었습니다.

언제는 제가 수업 시간에 좀 늦어서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아이의 외투를 말없이 급히 벗기고 수업 준비를 했어요. 그런 저의 모습을 보고선 선생님께서 아이에게 이곳에 왜 왔는지 먼저 설명해 주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그때 큰 깨달음을 얻었어요. 아이도 처음 오는 장소이고,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갑자기 옷을 벗기니 더 적응하기 힘들었겠죠. 평소에도 ‘아이는 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모를 거야’라는 생각으로 그런 설명들을 생략할 때가 많았거든요. 그 이후로 일상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고 있어요. 아이도 오감을 깨우며 배운 것이 있었겠지만 저 또한 처음 아이를 키우는 초보 엄마로서 배운 점이 많은 수업이었어요.

코로나 시대,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함께

2020년생의 아이들이 참 특별하고도 슬픈 게 코로나-19 시기에 태어났다는 거예요. 사람과 사람이 마음껏 관계 맺지 못하고, 외출할 때나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마스크를 꼭 써야 했잖아요. 제가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도 마스크를 쓰고 만났고요. 이렇게 경직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을 생각하면 참 안타까워요. 그래서 제한된 환경이지만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배 안에서>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주기적으로 만나 여러 감각을 깨워주는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의 기회를 하늘이에게 선사할 수 있어서 뜻깊고 뿌듯했어요.

하늘이와 함께 한 수업 시간에 (사진 제공 : 김경미 님)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3살까지 아이의 뇌 회로가 크게 발달하는 시기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성인이 되면 영유아 시기에 뭘 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아이가 어떤 경험을 하는지가 중요한 시기인 거죠. 제가 아이를 가까이서 지켜보니까 오감을 느끼며 새로운 경험을 할 때 호기심이 가득한 눈이 반짝반짝해요. 밤에 누워서 <배 안에서> 프로그램에서 했던 그림자 놀이를 따라 하면, ‘꺅꺅’ 소리 지르면서 좋아하고 다음 날 일어나면 어제 그림자 놀이했다고 말해 줘요. 탈것을 좋아하는 하늘이를 위해 주말에 남편과 기차 타고 배 타고 남이섬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어요. 그때도 ‘부앙~ 배 탔어’, ‘칙칙폭폭 기차 탔어’라고 본인이 경험한 것들을 떠올리며 표현하고 말해 줍니다.

하늘이가 좋아하는 기차 타고 남이섬 여행 (사진 제공 : 김경미 님)

이렇게 추억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하늘이가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비록 시간이 지나면 잊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 하늘이가 경험한 것을 기억하고 즐거워하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어요.

<배 안에서> 프로그램에서 하늘의 아이들이 이 땅에 내려왔다는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우리 가정에 와준 선물 같은 하늘이가 이 땅에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부모의 소유로 아이를 여기기보다 나와는 독립된 존재로 대하며 키우고 싶어요. 저는 하늘이가 자기 삶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 다른 사람과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