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뉴스레터
Vol.15│2022.07.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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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도 특별한 사람들의 문화예술교육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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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도는 그 자체로 의미 있고, 작은 성취도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 꿈과 현실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최고가 아니어도 최선을 다한다면, 과정을 즐기며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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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그 시절 인천에서는 시즌2>는 ‘극단 MIR 레퍼토리’의 교육 프로젝트이자 공연 작품명이다.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연기를 배울 수 있도록 즉흥 연기를 기반으로 교육 과정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인천과 자신에 꿈에 관한 이야기로 직접 공연을 만들었다.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기에 내려놓을 수 있었다는 용기 있는 사람, 뉴스레터 !ng 15호의 주인공 김경태 님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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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 무대를 좋아했어요. 어린 시절 엄마의 도움을 받아 ‘빨간머리 앤’의 주제가를 테이프에 녹음했던 기억이 나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작년까지 1년에 최소 한 번은 공연을 했어요. 첫 무대는 ‘검은 고양이 네로’에 맞춰서 춤을 춘 무대였죠. (웃음) 학교 축제 공연도 하고 꽁트도 하고 기타 치고 노래도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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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때는 나름의 방황을 많이 했습니다. 나쁜 일을 한 건 아니고요. 그냥 공연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공연을 했습니다.
항상 음악이었습니다. 노래도 하고 버스킹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음악으로 먹고 살고 음악으로 성공하고 이런 게 당연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음악이라는 장르로 한정지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 <그때 그시절 인천에서는 시즌2> 김경태 님 대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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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코로나 때문에 1년 내내 무대에 서지 못했어요. 마음이 힘들고 불안했는데, 생각해보니 오래 무대에 서지 못해서 그런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재상 감독님을 찾아갔어요. 감독님과는 신포동 LP바 ‘흐르는 물’에서 우연히 만난 사이예요. 둘 다 거기 단골 손님이거든요. 감독님께 ‘저 올해 마음이 이상한데, 무대에 한 번 서야 할 것 같습니다’ 했더니 ‘꼭 무대를 음악으로만 설 필요는 없고 이번 기회에 연극도 한 번 도전해보라’고 하시며 연극 무대에 초대해주셨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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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인공 김경태 님 (사진 제공 : 김경태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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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처럼 프로젝트에 처음부터 함께한 것이 아니라, 공연이 두 달 정도 남았을 때 합류한 거라서 처음엔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첫 연습에서 갑자기 ‘아침 루틴 마임하기’를 했죠. 그런데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준비 없이 그 자리에서 주제를 받은 거였더라고요. 연습도 정말 즉흥이었어요. (웃음) 즉흥극 안에서 다들 소통하며 무대를 만들어가고, 금방 분위기에 녹아들 수 있었어요. 연습 시간마저 재미있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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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항상 목표가 엄청나게 컸습니다. 그냥 큰 정도가 아니고 음악하면 그래미 정도는 타야 되는 줄 알았어요. 방탄소년단도 못 타는 그래미를 타야 하는 줄 알았어요. (웃음)
꿈과 현실의 너무 간극이 크다 보니까 항상 자기 자신을 심하게 몰아세웠습니다. 뭘 해도 항상 잘해야 하고 최고가 아니면 아예 시작하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때 그시절 인천에서는 시즌2> 김경태 님 대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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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극의 주제가 ‘꿈’이었잖아요, 사실 저는 꿈이라는 단어에 질려버린 상태였어요. 제 꿈은 너무 크고 많은 데다가, 강박적으로 이루려고 했거든요. 최고가 아니면 망한 거니 접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지금 생각하면 안쓰러울 정도예요. 음악도 생산성이 없으면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했던 거죠.
하지만 그렇게 최선을 다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행했기에, 이제는 내려놓을 수 있는 부분도 생겼어요. 긍정적인 변화죠. 이제 저에게 무대는 꼭 음악으로만 서야 하는 공간이 아니고, 음악도 꼭 뭔가 이루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음악은 그냥 즐겁고 당연하게 함께하는 무언가죠. 음악을 만들고 기타를 연주하는 행위 자체가 정체성을 찾는 시간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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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이 꿈을 말할 때 뭔가 이루고 성취하는 걸 얘기하잖아요. 저는 완전 반대예요.
다 내려놓고 균형을 잃지 않고 내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서 그걸 유지하는 것.
마음의 평화를 유지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 그게 제 꿈인 것 같습니다.
- <그때 그시절 인천에서는 시즌2> 김경태 님 대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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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 꿈은 제게 질려버린 단어가 아니에요. 대신 강박적인 목표에서 감각적인 목표로 변했죠. 제 꿈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하루하루를 만들어가는 거예요.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운동을 할 때, 음악과 하나가 될 때 그런 기분을 느끼죠. 운이 좋게도 지금 회사 일도 그런 일이에요. 전 스타트업 '버시스(Verses)'에서 오디오 개발을 하고 있어요. 음악을 어떻게 인터렉티브하게 바꿀까 연구하는 공간이죠. 스타트업의 특성상 정말로 하루하루에 충실하게 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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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시절 인천에서는 시즌2> 공연 사진 (사진 제공 : 김경태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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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무대와 연극 무대의 차이를 알아가는 과정도 정말 재밌었어요. 무대라는 상황 자체는 익숙한데 눈에 띄게 다른 점들이 있었죠.
우선은 침묵이에요. 음악 무대는 음악이 끊기면 사고예요. 끊임없이 소리를 채우고 사람들을 홀려야 하죠. 그런데 연극은 침묵이 있어요. 그것도 연극의 일부예요. 연극 무대가 익숙해지고 나서는 관객들 표정이 보이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침묵해보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어요. 실제로 침묵해봤더니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정말 길게 느껴졌고, 뭔가가 채워지는 기분도 들었죠.
리듬의 조절도 자유로워요. 음악은 리듬이 정해져 있고 그걸 놓치면 안 되요. 그런데 연극은 리듬을 조절할 수 있죠. 내가 갑자기 대사를 빠르게 하기 시작하면 다른 배우들도 말이 빨라지는 식으로 리듬이 변하죠. 그런 자유로움들이 새로웠어요.
해석이 다양하다는 점도 차이가 있어요. 음악은 다 같이 하나의 뭔가에 집중하고 있는 느낌이 강해요. 푹 빠져들어서요. 그런데 연극은 해석의 여지가 조금 더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각자의 경험이 섞이면서 관객들이 다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비슷한 점도 있어요. 무대에 오르기 직전에 머리가 새하얘져서 망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거요. (웃음) 그런데 막상 올라가면 이제 시작이구나, 실감이 나서 잘 하게 된다는 점도 비슷해요. 관객들이 나를 보러 와줬구나,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 객석에 앉아있는 얼굴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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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참여해서 끝냈다는 게 너무 뿌듯해요.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한 거요. 음악이라는 익숙한 루트가 아니라 연극이라는 새로운 루트로 무대에 올라 가본 게 정말 큰 도전이었죠.
연극 무대에서 관객을 바라보면 TV 보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사람들이 보는 영상이 된 것 같아서 재밌었고, 뭔가 그 사이의 벽을 깨고 싶기도 했죠. 이번 무대에선 실제로 하지는 못했지만요. 다음에 연극 무대에 설 수 있다면 연극의 현장성과 TV의 거리감을 섞어서 혼란스럽게 만드는 무대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참여하지 못할 것 같은 장면을 펼쳤다가, 음악으로 하나되는 식으로요. 벽을 한 번 깨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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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 MIR 레퍼토리의 <그때 그 시절 인천에서는 시즌2>는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2021 인천문화예술교육 기획 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운영된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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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우진 에디터
섬세한 시선으로 인천인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담아내겠습니다.
#읽고쓰는사람 #아마추어소설가 #낭만 #커뮤니티 #연결 #문화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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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하루하루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김경태 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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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기간│2022. 07. 08 ~ 2022. 08. 01
신청대상│초등학생 1 ~ 2학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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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기간│2022. 07. 08 ~ 2022. 08. 05
신청대상│초등학생 3 ~ 4학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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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기간│기수당 15명 선착순 마감
신청대상│초등학생 4 ~ 6학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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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ng은 매주 수요일마다 발송됩니다.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22313 인천광역시 중구 제물량로 195(항동5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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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책방모도 모대표
2018년부터 동인천 화수동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읽고 쓰고 나누는 것이 근래의 업이자 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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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화수분제작소
출판인 독립러들 모임. 이야기를 듣고 책으로 엮는다. 인터뷰, 번역, 편집디자인, 일러스트 작업 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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