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인공은 2021년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트롯은 인생을 싣고> 참여자 이순향 님(63). 이순향 님은 다채로운 방식으로 인생을 연주하고 있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노래를 만든다. 지금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누구보다 부지런히 행동으로 옮긴다. 현재에 충실할수록 삶은 충만해진다.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고 열린 마음으로 나누는 사람, 이순향 님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만나보자.
오늘의 주인공 이순향 님. <트롯은 인생을 싣고> 기념 CD를 들고 있다. (사진 제공 : 이정은 에디터)
지금 이 순간 행복을 노래하다
음악은 누구나 다 좋아하잖아요. 노래를 좋아하는 일반인이 노래를 만든다니까 궁금해서 시작한 거예요. 예전부터 그런 프로그램이 있는 건 알았는데 마침 시간이 맞더라고요. 내가 쓴 가사로 직접 곡을 만든다? 이걸 어떻게 할 수 있지? 궁금하더라고요. 참여해보니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프로그램이에요. 첫 번째 대면 강의하고 두 번째부터 아마 비대면으로 들어갔을 거야. 코로나가 겹쳐 가지고. 이게 3시간 교육이었어요. 3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했어요.
이순향 님 자작곡 '가을엔 가을만 사랑하세요' 감상하기
가을엔 가을만 사랑하세요 다가올 겨울도 지나간 여름은 더욱 잊어요 가을엔 가을만 사랑하세요 벚꽃 잎 날리는 꽃 피는 봄날은 이제 잊어요 작은 목소리 더 낮은 목소리로 단풍 소리 들어보아요 단풍이 물들며 스미는 소리 쉿 들어보아요
가을엔 가을만 사랑하세요 다가올 겨울도 지나간 여름은 더욱 잊어요 눈을 꼭 감고 두 눈을 꼭 감고 바람 소리 들어보아요 얼굴을 스치며 만지는 소리 쉿 들어보아요 가을은 아무 데나 있지 않아 더 낮은 목소리 두 눈을 꼭 감고 들어보아요
- 이순향 님 자작곡 '가을엔 가을만 사랑하세요'
가사를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그때가 가을이잖아. 저는 뒤를 돌아보는 사람도 아니고 지금 나의 삶이 소중해요. 코로나 시대니까 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제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죽는 시대잖아요. 미래가 무슨 소용이 있고 각오가 무슨 소용이 있어요. 그냥 지금 내가 먹고 싶은 것 먹고, 가고 싶은 곳 가고,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면 그게 최고의 행복이더라고요.
코로나 시대에 집에서 강의도 듣고, 집에 있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그동안은 본의 아니게 불러내는 사람도 있고 어쩔 수 없이 나가야 되고 그렇잖아요. 가기 싫은데. 집에 있고 싶은데. 그런데 코로나니까 안 나가도 되고 그러면서 나를 돌아볼 수도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거예요. 지금이 너무 좋아. 이대로 그냥 살고 싶어. 가사에 그런 생각이 녹아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나만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주변을 돌아보면서 귀 기울이라고 가사에 써 있잖아요. 그런 삶을 살고 싶은 거예요.
<트롯은 인생을 싣고> 결과발표회 및 수료식 (사진 제공 : 연수문화원)
<트롯은 인생을 싣고> CD에 재밌는 노래 엄청 많아요. 내 노래는 어떻게 보면 너무 교과서적이잖아요. 여기 계신 어떤 분은 남편이 사업을 하다가 실패를 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떠났나 봐요. 직원들이 떠나고 배신도 하고 이랬는데 끝까지 남편 옆에 남아서 둘이 힘을 합쳐서 어느 정도 성공을 한 거예요. 남편이 그동안 받은 상처를 생각하면서 가사를 썼더라고요. 내가 이거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가사가 슬퍼요. 진짜 진심이 느껴지잖아요. 음악적으로는 부족한 면이 있겠지만 정말 진솔해요. 다들 유능하고 내가 제일 부족해요. 인트로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고 수업 들어가서 그래도 내가 가사를 써서 이렇게 만들어낸 게 신기해요.
요즘 그거 봐요? <나의 해방일지>? 거기 나오는 OST가 너무 좋잖아요. 우리 수업 중에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그 노래에 쓰이는 악기가 뭐가 있는지 분석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거 한 번 해보세요. 되게 어려워요. 다 맞춘 사람이 드물어요. 주로 어떤 악기로 이 노래가 만들어졌는지 이런 걸 공부했어요. 내가 이걸 배우기 전까지는 노래가 좋으면 그냥 좋다 이렇게만 들었는데 이제는 음미하고 분석하게 돼요.
글 쓰고 사진 찍는 작가 온새미
≪트래비 Travie≫ 2017년 6월호, 한국여행신문 (사진 제공 : 이순향 님)
≪트래비 Travie≫ 2016년 12월호, 한국여행신문 (사진 제공 : 이순향 님)
2015년에 한국경제신문에 미얀마 여행 기사로 등단했어요. ≪트래비 Travie≫ 잡지에 몇 번 기고도 하고 그랬어요. 직장 나와서 그렇게 하고 싶었던 여행 작가를 하면서 놀고 있는 거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노는 거예요.
이순향이 본명이고 온새미는 필명이에요. 온새미가 뭐냐면 '가르거나 쪼개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라는 순우리말이에요. 내가 이 필명을 쓴 지 15년이 넘었어요. 온새미라는 말이 너무 좋아서 아이디로 쓰다가 여행 작가가 되면서 필명으로 쓴 거죠. 사람들이 내 본명 몰라요. 이럴 때만 내가 본명을 밝히는 거예요.
생애 전환 교육을 수료한 사람에게 50만 원 지원금이 나오는 게 있었어요. 지원금으로 하고 싶은 활동을 하는 건데 나는 소금꽃 사진집을 냈어요. 오래 전부터 인천 소래 염전을 찾아다니면서 작업한 것들이 좀 있었거든요. 소금꽃을 찍은 거예요. 그걸 왜 했냐면 생애 전환이잖아요. 직장 그만두고 여행도 가고 혼자 즐기면서 내가 누군가에게 소금이 되어 본 적이 있는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시니어에게 사진도 가르쳐주고 싶고 뭔가 나눔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아는 걸 조금이라도 해주고 즐겁게 살 수 있도록, 주변을 돌아볼 수 있도록 소금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소금꽃 사진집 「소금, 그 찬란한 이름」, 이순향, 2021 (사진 제공 : 이순향 님)
📝 이순향 님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 보고 글을 쓰는 사람에서, 하모니를 완성하는 작은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사람으로 거듭났다. 그녀와 이야기 나누며 세상도 음악처럼 작은 존재들이 모여 완성된다는 것을 실감했다. 우리 모두 연결되어 있기에 힘이 닿는 한 나누고 싶다는, 더불어 사는 삶에 꼭 필요한 소금기를 더하는 그녀를 닮고 싶다.